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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티미스트 -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는 프로듀서
리드머 작성 | 2009-10-26 22:4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 | 스크랩스크랩 | 24,244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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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이하 ‘리’) : 안녕하세요? 먼저 리드머 회원 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랍티미스트(이하 ‘랍’) : 안녕하세요? 랍티미스트입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리 : 랍티미스트(Loptimist)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랍 : 랍티미스트는 합성어에요. 원래는 Fake Cross라는 이름을 쓰다가 다른 이름으로 바꾸고 싶어서 바꾼 건데요, 룹(Loop)과 낙천주의자라는 의미가 있는 단어 ‘Optimist'를 합친 것이 바로 제 이름입니다. 힘든 인생을 반복되는 룹처럼 안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살아보자는 의미에서 지은 건데, 별로 심오한 의미는 없어요.(웃음)

리 : 왜요, 정말 좋은 의미인데요. 그럼 랍티미스트씨의 신상에 관해서 간단한 이야기 좀 부탁드릴까요? 음악은 이미 많은 분이 알고 있지만, 랍티미스트씨의 신상에 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랍 : 본명은 이혁기고, 1985년 4월 7일에 태어났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랩을 시작하고 3학년 때부터 비트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정말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을 했는데 계속 빠져들더라고요.

리 :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음악 씬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랍 : 중학교 2학년 때 당시 국내에 나왔던 힙합 음반들을 많이 듣고 지냈는데요, 저는 랩을 연습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 힙합이 주위에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았고 집안 사정이 별로 좋지 못 해서 집에 컴퓨터도 없었기 때문에 전 랩이 하고 싶으면 혼자 노래방을 갔죠. 자주 가는 노래방을 한 군데 만들어 놓았었는데, 노래방 주인아저씨께서 단골손님이라고 시간을 계속 넣어주시면 하루종일 반주를 틀어놓고 프리스타일을 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노래방 반주가 아닌 제대로 된 비트 위에 랩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제가 Bone Thugs-n-Harmony의 테잎을 사게 됐는데 그때부터는 이 테잎을 틀어놓고 랩을 연습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2년 정도 하다 보니 이번에는 직접 만든 비트에 랩을 해보고 싶어지는 거에요. 3학년이 되던 해 아버지께서 컴퓨터를 사셨는데, 제가 망가트린다고 컴퓨터를 못 하게 하셨어요. 그래서 아버지께서 집에 안 계실 때마다 몰래몰래 했는데, 프로그램을 하나도 깔 수가 없어서 PC 방에 갔죠. 당시에 하이텔의 ‘Blex(검은소리)'에서 잠깐 활동을 했었는데요, 당시 메타 형님을 비롯한 공연 활동을 하던 분들을 우러러보면서 공연장도 자주 가고 하다가 제가 음악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집에서는 컴퓨터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PC 방을 가서 그곳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고 작업을 시작했죠. 학교 급식비 받은 것으로 PC 방 비용을 내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PC 방은 갈 때마다 자리가 바뀌잖아요. (웃음) 그래서 그때마다 프로그램을 다시 깔고 4~5시간씩 비트를 만들고는 했어요. 30분 정도의 곡을 하나 만드는 데 7시간씩이나 걸렸던 그때의 기억이 나네요.

리 : 아... 저는 학교 급식비를 CD사는데 쓰고는 했는데 비슷했군요. 하하. 그나저나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검은소리'를 한 번씩은 다 거쳐서 가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는데…. (웃음)

랍 : 예. 그때 검은소리 앨범이 나왔었잖아요? 그 앨범들을 굉장히 즐겨 들었어요. 당시 저는 정말 음악을 하고 싶은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라임이 무엇이고 플로우가 뭔지, 그루브라는 느낌은 또 무엇인지 등등 말이에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물어봤었는데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음악을 많이 들어보고 직접 해보니까 그것들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음악이라는 것은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누가 물어보면 대답을 잘 못 해주겠어요. 자신이 들으면서 느끼고 아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리 : 아, 정말 추억의 모뎀 시절이었죠. (웃음) 그럼 가장 처음 들었던 외국 힙합 음악은 무엇이었나요?

랍 :투팍(2pac), 우탱클랜(Wu-Tang), 본떡스앤하모니(Bone Thugs-n-Harmony) 등을 처음 들었었고 굉장히 좋아했어요. 재밌는 것이 저는 당시에 ‘투팍’을 ‘투팩’으로 발음하는 줄로 알고 있었어요.(웃음) 그런데 고등학생이 된 후 알고 보니 발음이 투팍인 거에요. 어린 나이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죠.(웃음) 생각해 보세요. 거의 2년 동안이나 여자친구의 이름을 다르게 알고 있었던 것과 다름이 없잖아요.

리 : 하하하. 저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워낙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잖아요. 당시에는 라디오에서도 투팩으로 발음하고는 했었는데요. 뭐.

(전원 웃음)

리 : 그럼 계속 질문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가리온의 ‘불멸을 말하며’ 이전까지 공백이 있었잖아요?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요?

랍 : 입시 준비로 바빴어요. 작년 데드피의 앨범을 통해서 제가 정식으로 데뷔했는데, 대부분 제 나이의 사람들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입시를 준비하잖아요. 제가 원래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했어요. 음악을 위해서 자퇴를 한 건 아니었고요, 집안 사정도 있었고 제 개인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참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갈 생각은 할 수가 없었죠. 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요. 그때 저의 유일한 비상구가 음악이었어요. 그런데 고3 생활을 거치면서 보니까 현실은 다른 것을 원하고 음악만으로는 비전이 별로 없다는 것을 느껴서 대학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재수를 하는 동안 데드피 앨범을 작업하고 시험을 봤는데 제 생각만큼의 결과가 나오지를 않았어요. 고민 끝에 다시 한 번 시험을 보기로 했습니다. 데드피의 앨범이 좋은 평을 받았고 저도 2004년 리드머 어워드에서 올해의 프로듀서로 뽑히면서 많은 사람이 알아주셔서 굉장히 기뻤지만 제가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 그러니까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제 미래가 불투명했기 때문에 삼수를 해서라도 좀 더 좋은 대학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다 보니 긴 공백 기간이 있었죠. 참 힘든 시기였지만 한 편으로는 저의 음악적 방향에 대해 확실하게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리 :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 다시 활발히 활동하셔야죠.

랍 : 예. 지금 계약한 일도 좀 많고요, 그동안 못 했던 일들을 이제부터 조금씩 실행에 옮길 시간이 된 것 같네요.

리 : 빅딜레코드와 절친한 관계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인연이 이어지게 된 건가요?

랍 : 제가 고등학교 시절 밀림에서 활동하면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만든 Infected Beats라는 크루에서 활동을 했었는데요, 당시 친분을 쌓았던 사람들이 대부분 지금의 빅딜레코드를 이루고 있는 분들이었어요. 어느 날 다 같이 놀러 가서 여러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서로 마음이 맞고 음악적으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시작해 보자 했던 것이 빅딜레코드였죠. 그렇게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리 : 현재는 빅딜레코드 소속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랍 : 예. 개인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었기 때문에 친분과는 별도로 빅딜레코드를 나오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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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프로듀싱을 하는 데 있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랍 :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었을 때 “이건 랍티미스트의 곡이다!”라고 바로 알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에요. 피트락(Pete Rock), 프리모(DJ Premier), 닥터드레(Dr.Dre)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힙합 씬은 일반 대중가요계하고 많이 다르잖아요? 전 이것저것 다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만의 음악적인 뿌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양성도 그 뿌리로부터 파생되어 나갔을 때 존중받을 수 있다고 보고요. 무엇보다도 전 가리온의 “불멸을 말하며”에서 강조했던 하드코어 힙합에 중점을 두면서 제 인생을 대변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리 : 지향하는 음악적 스타일이 90년대 초, 중반의 이스트코스트 힙합으로 알고 있습니다. 90년대 힙합의 재현이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랍 : 전 지금이 90년대보다 음악적인 장비들이 더 발달하고 씬도 넓어졌음에도 왜 사람들은 90년대의 음악들을 그리워할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제 생각에는 당시의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장비가 아닌 느낌인 것 같아요. 누가 얼마나 음악을 많이 듣고 당시의 음악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느냐 하는 것들 말이에요. 저의 경우는 현재 컴퓨터 한 대로 작업을 하고 있고 샘플도 항상 LP에서만 따면서 원초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물론 제가 하는 것이 정답은 절대 아니에요. 단지 저는 당시의 앨범을 수천 번씩 들어보면서 거기서 받는 느낌을 바탕으로 작업을 해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당시의 힙합 음악을 재현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에요.

리 : 그럼 지금까지 컴퓨터 한 대로 모든 작업을 해온 건가요? 예전의 나인스 원더(9th Wonder)가 문득 생각나네요.

랍 : 예. 아무래도 제가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하다 보니 돈이 없는데다가 집에서 경제적인 지원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지원을 원하지도 않았지만요. 그래서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PC방에서 작업을 많이 했던 거에요. 그러던 중에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께서 그런 제 모습이 안쓰러우셨던지 컴퓨터를 사주셨어요. 12개월 무이자 할부로요. (웃음) 바로 그 컴퓨터로 이번 가리온의 “불멸을 말하며”까지 작업을 했어요. 업그레이드도 한 번도 안 한 상태로요.

리 : 와...쉽지가 않았을 텐데요?

랍 : “불멸을 말하며”를 작업할 때는 컴퓨터가 다운도 정말 많이 됐었어요. 늘 장비를 추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욕심도 사라지고 현재 제가 가진 장비에 적응을 하게 됐어요. 나중에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좋은 장비를 갖출 필요는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고요. 그렇게 작업을 해오다가 이번에 컴퓨터를 드디어 바꿔서 예전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잠시 제가 이제 음악을 시작하려고 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처음 시작하게 되면 장비에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음악을 많이 들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정해야 하고요. 지금까지 음악을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질문을 이메일로 많이 받았었는데요, 전 항상 음악을 많이 들어보시고 자신이 음악을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드려요. 이론적으로는 아는 것이 별로 없거든요. 그리고 결코 장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잊지 마시고요.

리 : 주로 샘플의 소스는 어디서 따오나요?

랍 :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남들이 거의 듣지 않는 희귀한 곡들에서 따오려고 노력합니다. 데드피의 앨범에서는 반 정도는 유명한 소울음악에서 샘플을 따오기도 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정말 희귀한 곡들에서 샘플의 소스를 찾고 있어요. LP를 사용하고요.

리 : 곡을 작업할 때 랍티미스트 씨만의 방식에 대해 조금만 소개해 줄 수 있나요?

랍 : 일단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컴퓨터 한 대와 5만 원짜리 벨트식 턴테이블(들을 수만 있는 턴테이블. 스크래치를 시도할 경우 바로 고장이 난다고 하는 전설의 턴테이블이다.)이 제 장비인데요, 프로그램은 많은 분이 아시는 애시드 프로를 비롯한 딱 두 개를 썼어요.

리 : 애시드만으로 그런 질감을 내려면 정말 고생 많이 했겠네요.

랍 : 예. 곡 하나를 만들기 시작하면 약 10시간 동안을 방안에 있어요. 한 곡을 만들고 나면 진이 다 빠질 정도죠. 샘플 패턴을 계속 바꿔보면서 작업하는데, 제가 가장 시간상으로 투자를 많이 하는 부분은 바로 드럼이에요. 작업을 하면서 원하는 대로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제가 좋아하는 외국의 음악들을 계속 들어봐요. 그렇게 한 곡 한 곡 완성해 가요. 이번에 컴퓨터를 새로 바꾸고 나서 느낀 건데요, 이제는 워낙에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와서 컴퓨터 한 대만으로도 작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그러니 장비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기본기를 확실히 갖추고 있는 사람이 좋은 장비들을 갖춘다면 좋은 효과를 내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음악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리 : 스네어의 질감을 다듬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랍 : 저는 드럼을 찍을 때 공간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스네어를 높이고 킥으로 눌러주면서 스네어와 킥의 공간감이 넓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합니다.

리 : 초반에는 페이크 크로스(Fake Cross)라는 이름으로 프로듀서보다는 래퍼로서 활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도 프로듀싱에 치중하고는 있지만 간혹 랩을 들려주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랩과 프로듀싱을 병행할 생각인가요?

랍 : 처음에는 랩에 욕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데드피 형과 작업을 하면서 저의 음악적 방향성에 눈을 뜨게 되었죠. 프로듀싱을 하는 것에 조금씩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자연스레 프로듀싱에 치중하게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프로듀서만큼이나 좋아하는 MC들도 많은데요, 앞으로는 래퍼로서도 조금씩 활동을 계속 하고 싶은 것이 제 욕심입니다.

리 : 해외 뮤지션들과도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외국 뮤지션들과 작업을 하게 되었나요?

랍 : 무엇보다도 제 음악의 모티프가 90년대 미국의 하드코어 힙합의 재현이었고 그걸 즐기면서 외국 사람들도 저의 음악을 듣고 좋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비트를 만들 때 많이 들어오고 참고해 왔던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에게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몇몇 아티스트들에게 저의 데모를 이메일로 보내봤어요. 그들이 제 음악을 듣고 과연 뭐라고 할 것인가가 궁금했거든요. 아주 작은 욕심이 계기가 된 거죠. 그런데 일이 생각보다 잘 됐던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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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 그렇군요. 특히 케이오틱스(K-Otix)와의 작업이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랍 : 많은 래퍼들에게 제 음악을 보냈는데 가장 먼저 답장을 준 이들이 바로 케이오틱스였어요. 메일을 보낼 때 전 제가 한국에서 어떤 앨범을 프로듀싱했다는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고 제 간단한 소개와 데모로 만든 비트 6개 정도만을 프리뷰 형식으로 묶어서 보냈었어요. 케이오틱스는 제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정말 좋아했던 팀이에요. 이들의 [Universal]이라는 앨범은 저에게 정말 명반이고요. 이 팀의 프로듀서였던 The Are로부터 드럼 사운드의 모티프도 굉장히 많이 얻었었어요. 그 정도로 제가 정말 존경하는 뮤지션이었고 항상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는 꿈을 품게 했던 팀인데, 제 음악을 듣고 바로 답장을 보낸 거에요. Amazing이라는 한 마디와 함께 말이죠. 그러면서 저에게 원하는 것이 뭐냐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전 당신들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렇게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메신저 주소를 가르쳐 주더라고요. 그래서 주소를 등록시켰는데, 어느 날 케이오틱스가 메신저에 접속을 한 거에요. 순간 너무 떨리고 가슴이 뛰더라고요. 비록 이들이 나스(Nas)나 제이지(Jay-Z)처럼 슈퍼스타는 아니었지만 제 음악적 방향성을 잡아 준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힙합 뮤지션들 중 한 명이었으니까요. 그때 케이오틱스의 멤버 중 데미안(Damien)과 바로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제가 비트를 정리해서 보내주고 일주일 후에 다시 메신저에서 만났는데 녹음을 했다고 그러는 거에요. 전 처음에는 그냥 이들이 연습으로 대충 녹음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큰 기대는 없이 들었는데 정식으로 녹음을 한 트랙이 나오는 거에요. 그 순간 방에서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몰라요. (웃음) 너무 흥분을 해서 정말 케이오틱스가 맞느냐고 몇 번을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자신들은 케이오틱스가 정말 맞으니까 좀 진정하라고 그러더라고요. 하하. 케이오틱스가 저에게 ”이제 너는 우리와 함께 가는 거다. 우리와 작업한다고 당당하게 말해도 된다.”라고 말을 하는데, 그때의 기분은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곡이 바로 이번 앨범에 수록된 “Drop That"이라는 곡이었어요. 그 이후로도 작업이 완료된 곡을 계속 받았고요, 꾸준히 연락을 하고 지내면서 이제는 가까운 사이가 됐어요. 앞으로도 계속 작업을 함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리 : 꿈이 이루어 졌으니 그 심정이 어땠을지 제가 생각해도 흥분되네요.

랍 : 예. 게다가 케이오틱스는 저에게 참 좋은 말도 많이 해줬어요. 그중에서도 제일 가슴에 와 닿았던 조언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꾸준히 하려면 직업을 가지라는 말이었어요. 케이오틱스의 멤버들은 모두 어느 정도 나이도 있고 다 결혼을 했어요. 각자 직업도 가지고 있고요. 미국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도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거든요. 그러니 트렌드에 맞추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싶으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죠. 제가 음악을 하면서 사는 것이 힘들다고 하면 이런 식의 조언을 해주면서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고는 했어요. 정말 음악적인 면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배울 것이 많은 팀이었습니다.

리 : 케이오틱스의 새 앨범 [48 Seasons]에 수록된 곡들의 작업은 수월하게 이루어졌나요?

랍 : 아무래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제가 믹싱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다는 점이 있기는 했지만, 메신저로 제 비트를 보내주고 그쪽에서는 바로 랩을 입혀서 작업을 완료하는 방식이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어요. 외국 뮤지션의 경우는 비트를 보내주면 정말 신속하면서도 깔끔하게 작업을 완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리 : 랍티미스트씨가 프로듀싱한 곡은 어떤 곡들인가요?

랍 : 케이오틱스와는 총 다섯 곡을 작업했는데, 그 중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세 곡을 수록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Drop That"을 비롯해서 ”Piece Of Mine", “1st Team All State”가 그 곡들이에요. 특히 “1st Team All State”라는 곡에는 휴스턴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는 10명이 넘는 래퍼들이 참여했어요. “Piece Of Mine"이라는 곡은 일본에서 싱글로도 발매될 예정이고요. 앞으로도 많은 작업을 할 것 같아요.

리 : 케이오틱스외에 또 작업을 하고 있거나 예정되어 있는 뮤지션들은 누가 있나요?

랍 : 밝히게 되면 나중에 재미가 떨어지게 될 것 같아서…. (웃음) 제가 원하던 뮤지션들과의 작업이 꽤 성사됐다는 것만 말씀드릴게요. 하하...

리 : 그러지 말고 많은 뮤지션들 중에서 몇 명만 살짝 이야기해 주세요. (웃음) -나의 주름미소 가득 담긴 요청에 랍티미스트는 함께 작업 중인 뮤지션에 대해 살짝 입을 열었다.-

랍 : 일단 제다이마인드트릭스(Jedi Mind Tricks)의 비니패즈(Vinnie Paz)와 쎄븐엘 앤 에소테릭(7L & Esoteric), 셀프타이틀드(Celph Titled), 아우러스페이스(Outerspace), 아파치(Apathy) 등이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아미오브파라오즈(Army Of The Pharaohs)의 곧 발표될 앨범에 제 곡이 한 곡 수록되었고요, 아우러스페이스와도 현재 작업 중입니다. 그리고 언노운프로펫츠(Unknown Prophets)와도 케이오틱스 못지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작업 중이니 기대해 주세요. 이번에 아미오브파라오즈(Army Of The Pharaohs)와 작업한 곡이 뮤직비디오로 인터넷에 공개되었어요. “Tear It Down" 이라는 곡인데 리프더로스트쿠즈(Reef The Lost Cauze), 비니패즈, 아우러스페이스의 플래닛(Planet)이 랩을 했어요.
http://www.babygrande.com 으로 가시면 바로 배경음악 첫 번째로 나와요. 뮤직비디오도 바로 보실 수 있고요.

리 : 엄청나군요.

랍 : 워낙 실력이 좋은 프로듀서들이 많아서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요. 아, 그리고 현재 잘 알려지지 않은 팀들과도 작업 중인데요, 그 중 스위스의 힙합그룹인 언더클래스맨(Unerclass Men)과의 작업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두 명의 MC와 DJ, 프로듀서 각 한 명씩으로 이루어진 그룹인데요, 유명하지는 않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정말 뛰어난 팀이에요. 이번에 미국에서 발표할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인데 그 앨범에도 제가 4곡을 프로듀싱했어요. 그리고 저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의 DJ들인 디제이스위치(DJ Switch), 디제이툰(DJ Toon)과도 계속 작업 중입니다. 이 DJ들과는 정말 친분도 두텁고 앞으로 꾸준히 함께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일드비츠의 앨범에도 참여했던 디제이케리 앤 디제이 니콜슨(DJ Keri & DJ Nicolson)도 마찬가지고요. 정말 대단한 DJ들이고 앞으로 제 음악에서 빠지지 않을 이들이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리 : 그럼 이번엔 국내에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랍 :곧 나올 빅딜의 이그니토(Ignito) 앨범에 참여했고요. 개인적으로 팬이었던 UMC님께 앨범 아카펠라를 받아서 작업 중입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더 확실해지면 그때 얘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리 : 데드피씨와는 사이가 정말 돈독하죠?

랍 : 예. 앞서도 언급했지만 데드피 형의 앨범을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제가 음악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잡을 수 있었죠. 그래서 데드피 형에게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요. 저에게 가장 친한 형임과 동시에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음악적인 파트너입니다.

리 : 자신의 솔로 앨범 계획도 있나가요?

랍 : 네. 있습니다. 현재는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 : 그럼 이제 리드머 회원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랍 : 이제 시험도 끝났고 진행하려고 하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계속 지켜봐 주시고 용기를 주셨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듣는 귀도 계속 넓혀 가시길 바라고요.

리 : 마지막으로 다음 다섯 개의 단어를 듣고 떠오르는 생각을 간단하게 표현해 주시거나, 두 개 중에 좋아하는 하나를 선택해 주세요.

1. 힙합 - 탈출
2. DJ Premier 혹은 Pete Rock - DJ Premier
3. 샘플링 - 요리
4. 사랑 혹은 음악 - 둘 다
5. Respect - 발전



기사작성 /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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