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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니힐 - 소울음악을 사랑하는 멋진 친구들
리드머 작성 | 2009-10-26 23:5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 | 스크랩스크랩 | 21,765 View

1093969016.jpg날로 척박해져만 가는 국내 음악 판에 그 힘들다는 밴드음악을 추구하는 또 한 팀이 등장했다. 얼마 전 데뷔앨범 [We Are Ebonyhill]을 발표한 R&B/Soul 혼성 밴드 에보니힐(Ebonyhill) 이 그들이다. 보컬, 건반, 베이스, 드럼, 기타 등 멤버가 총 6명이나 된다. 가뜩이나 힘든 음반 시장 속에서 밴드, 그것도 인디 밴드로서 활동하는 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저 음악이 좋고 라이브 무대가 좋을 뿐이란다.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흑인음악 밴드이자 그룹이어서 반갑고 그래서 더욱 멋지다. 음악을 통해 자신들만의 일기장을 써내려 가고 있는 그룹 에보니힐. 이 멋진 친구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리드머 (이하 ‘리’): 안녕하세요~ 멤버가 여섯 명이나 되는 대가족이네요. 각자의 맡은 파트와 소개 부탁해요~

조아라 (이하 ‘조’): 건반의 조아라이고요,
김혜빈 (이하 ‘빈’): 여자보컬 김혜빈,
이윤 (이하 ‘이’): 여자베이스 이윤,
황정식 (이하 ‘황’): 남자드럼 황정식입니다. 가끔 매니지먼트 담당하고요, 잡다한 일들 주로 하죠. 옷도 챙겨오고… (전원 웃음)

리: 진짜 매니저네요. (웃음)

장원기 (이하 ‘장’): 보컬 장원기구요,
김지훈 (이하 ‘훈’): 기타를 맡고 있는 김지훈입니다.

리: 처음 어떻게 밴드를 결성하게 됐나요?

훈: 제가 예전부터 밴드를 만들어서 활동했었어요. 한동안은 음악 안 하겠다고 고향에 내려갔다가, 돌아다니면서 들리는 게 음악이라 안 하면 미치겠다 싶어서 다시 밴드를 결성하게 됐죠. 그때부터 흑인음악을 좋아해서 밴드를 했구요. 음반을 낼 생각은 없었고, 기존 곡들 카피하면서 생활했어요. 그 당시에 있던 멤버가 저하고 원기였고, 나머지 멤버들은 저희보다 나이가 많았어요. 결혼이나 먹고 살 궁리 같은, 각자의 생활을 찾다 보니 멤버들의 불화가 생겨서 밴드가 한번 흔들렸었죠. 그리고 남은 게 저희 둘이었고… 재작년쯤 노래하는 친구랑 저만 남고 다 나갔어요.

리: 아, 그 때 멤버는 지금 멤버와 달랐군요.

장: 완전 다르죠.

훈: 둘만 남았는데, ‘밴드를 계속 해야 되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 친구랑 (장원기)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결국 음악은 해야겠으니, 끝까지 가보자고 했죠. 인맥으로 사람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처음 들어온 친구가 드럼의 황정식. 한 명 제대로 물었죠. (웃음)

리: 어떻게 물으셨나요?

훈: ‘데이브레이크’라는 밴드가 있는데, 같이 활동도 했고 인맥이 있었어요. 그 형님들 소개로 오디션도 안보고 합류했는데, 첫 합주하고는 깜짝 놀랬죠.

리: 연주가 뛰어났군요!

훈: 음… 그게 아니라… 처음엔 고민이 많았어요. 첫 합주를 멤버 결성 후 두 세달 뒤에 했는데 스타일이 워낙 안 맞으니까. (전원웃음) 여튼 그 사이에 보컬 혜빈이, 베이스 윤이도 들어오고. 건반을 제외한 라인업이 형성됐죠. 곡을 쓰면 클럽에서 반응보고 되겠다 안되겠다 나름 분석도 하고요. 예상외로 반응이 괜찮아서 앨범 준비를 시작했죠. 그런데 앨범을 내고 보니 건반이 문제인 거예요. 행사 때마다 세션 부르기가 그렇잖아요. 또, 인맥으로. 원기의 아는 사람을 통해 건반이 들어왔죠.

황: 그게 저는 락을 연주해서… (전원 웃음)

리: 락과 흑인음악의 드럼 비트는 상당히 다르잖아요. 그 접점이 있었나요?

황: 그냥 뭐, 하고자 하는 의지와 애정이 있으니 되더라고요.

리: 갑작스러운 전향에 따른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

황: 몰랐죠, 저는. 이건 아니구나 하는 건 느꼈어요. 그런데 그만하려다가도 그새 애정이 생겨서. 안 된다고 바로 돌아서면 남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노력했죠.

리: 그런데 인디 쪽에서는 사실 락계와 힙합계는 거의 상극 관계에 있잖아요.

황: 그렇죠, 사실. 지금도 락 쪽에서는 저를 보고 ‘너무 상업적으로 갔다.’라고 하고 있어요. 오히려 이쪽이 더 비주류인데. 사실 저희는 어느 계층을 타켓으로 잡고 음악을 만든 게 아니라 그냥 하다 보니 나온 거거든요. 대상을 보고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해요.

리: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6인조나 되는 밴드를 보고 상업적이라니, 참 웃지 못 할 얘기네요.

황: 그러게요. (마이크 쪽으로 다가가며) 돈 들어가고 나가는 걸 보면 상업적이라고 말 못할걸? (웃음)

리: 어디나 그렇겠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밴드음악이 상업적이란 건 좀 말의 어폐가 있죠. 아무튼 다들 밴드 음악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 같아요. ‘에보니힐’이라는 팀 명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훈: 흑인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좋은 단어 중 하나인 ‘에보니’와 언덕이라는 뜻의 ‘힐’의 합성어에요. 흑인음악을 사랑하고 그들의 음악에서 우린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르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죠.

이: 근데 왜 힐이야, 마운틴 정도는 돼야지.

리: 멤버간의 합의가 안된 상태에서 지었군요.

훈: 이 친구들 들어오기 전에 이미 그렇게 지었어요. (웃음)

리: 현 멤버 결성 전 음악 활동은 어땠나요? 그 때도 활발한 활동을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훈: 당시 리더는 제가 아니었어요. 드럼 치는 분이었는데. 음악을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마인드가 아니라서 모이면 즐겁게 합주하고, 공연 잡히면 가끔 하고 그랬어요. 직장인 밴드보다도 오히려 더 목적이 없었죠. 그냥 재미로 했어요. 그러다 보니 각자 활동하게 되고. 밴드가 마음속에 첫 번째가 아니라 다섯 번째 정도가 된 거죠. 활동을 했어도 클럽 공연 정도?

리: 그렇다면 개인적인 세션 경험은 다들 있으신가요?

훈: 저는 뮤지컬 쪽에서 주로 활동했고. ‘펑카프릭부스터’에서 6개월 넘게 같이 작업하기도 했어요. 가수들 세션이나 라이브 세션도 했고요. 그런데 생활 반주만 하다 보니 노래하는 사람과 연주자의 갭을 너무 느껴버린 거죠. 반주가 아닌 내 음악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더라고요. 사실, 세션만 하면 먹고 살 정도의 돈은 들어와요. 하지만 공허함이 너무 많이 남았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세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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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국내에서 소울/훵크 밴드 음악의 앨범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죠, 사실. 밴드의 어떤 점이 그렇게 미치게 만들었나요? (웃음)

이: 저는 세션 경력은 아직 없어요. 학교에 재학 중이거든요. 그렇지만 학교에서 친구들 도와줄 때, 제가 애착을 갖고 하지 않으면 아무리 화려한 무대에 서더라도 지훈 오빠 말대로 공허함이 남더라고요. 사실, 세션이 희열을 느낄 정도의 일이라거나, 어렸을 때의 꿈을 이룬다는 수준은 아니잖아요. 밴드 초창기 때는 각자 고집이 세서 의견마찰 때문에 힘들긴 했어도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과정임을 다 알고 있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어요.

빈: 저는 밴드 하기 전에 기획사에 1년 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계속 연습만 하고 아무것도 안 시키는 거죠. 기획사에서는 상품성 때문에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 못하고 나를 그 쪽에 맞추고 있어야 하잖아요. 목소리에 맞지 않게 예쁘고 귀여운 것만 시키니까 미치겠더라구요. 소리를 질러야 되는데. 많이 힘들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밴드라는 게, 음악 하고 싶은 사람끼리 만나서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매력이 있잖아요. 마침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죠.

리: ‘에보니힐’이 추구하는 음악이란?

장: 기본적으로 우리는 흑인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흑인음악을 한다고 해도 그 속에는 한국적인 색채가 묻어 나오기 마련이죠. 아무리 흑인 필을 내려고 해도 된장, 고추장을 먹고 사니까 된장, 고추장, 버터가 모두 섞여 나오는 거에요. 그러다 보니까 가요적인 색이 많이 들어가고. 그렇지만, 솔직히 주변에서 ‘가요 밴드’라고 부르면 마음 상해요. 우린 그게 아닌데…

훈: 저희는 R&B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들으시는 분들이 너무 가요 같다고 하니까. 좀 그렇죠.

리: 평론가들이 주로 그런 이야기를 하나요?

빈: 평론가분들보다도 음악 하는 분들이 가요라고 하는 것 같아요. 음악 안 하는 분들은 재즈라고 하시고. (전원 웃음) 음악 하는 분들은 저희 음악이 좀 더 진해졌으면 좋겠다고 많이 말씀하시죠.

리: 그렇다면 ‘에보니힐’이 ‘아소토 유니온’ 같이 7-80년대 훵크에 기반을 둔 밴드들과 가장 차별화를 이루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떻게 보면 ‘한국적 멜로디’가 차별화를 이루는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빈: 굳이 차별화를 두자고 한 건 없는데. 흑인음악이 대중들에겐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 면도 있고, 아무리 음악을 한다고 해도 대중들이 듣지 않는다면 소용 없는 거잖아요. 연주에서 흑인음악적인 면을 부가 시키고 노래에서는 대중적인 느낌이 나도록 어느 정도는 타협을 두다 보니 가요적 느낌이 나는 게 아닐까 싶네요. 대중들에게 어렵지 않도록 잘 버무리다 보니 그런 색채가 나온 듯해요.

훈: 투 보컬인 것도 장점이죠. 공연할 땐 무대가 비좁긴 하지만. 보컬들이 어울리는 그루브한 면과 R&B의 브레이크감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원 보컬로는 표현 안되고. 사실 투 보컬도 살짝 힘들어요. 규모 있는 공연에선 코러스가 필수죠. 음반은 마니아 층을 위해 낸 것이고, 저희는 라이브를 주력으로 하는 밴드거든요. 다른 밴드들도 라이브가 중점적이겠지만, 저희는 코러스에 특히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리고 토크박스. 제가 이걸 직접 라이브에 적용을 시키고 있죠. 제 3의 코러스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그게 비장의 무기가 아닐까 싶죠.

리: 이햐, 토크박스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Love TKO의 윤재경 프로듀서가 토크박스를 정말 잘 다뤄요. 근데 그 분 말씀 들어보면, 라이브할 때 구강 속 수분들이 밖으로 줄줄줄 흐른다고….

훈: 어휴, 그게 간지잖아요. (전원 웃음)

리: 타 밴드들이 음악적으로 영향 받은 시대를 들어보면 주로 6-70년대가 많습니다. 80년대의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밴드도 사실 거의 없는데요, 에보니힐은 어떤가요?

이: 저희는 완전 훵크 밴드가 아니라서인지, R&B 가수들의 라이브를 보며 영감을 많이 얻어요. 밴드 음악이라고 해서 옛 음악을 카피하려 하기보단 ‘Alicia Keys’나 ‘Musiq’ 같은 팝 성향의 R&B 싱어들을 보고 많이 연구하죠.

리: 제 생각엔 이런 점이 ‘에보니힐’만의 굉장한 차별화가 될 것 같은데요?

훈: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리: 합주나 음악 작업 시 가장 포인트를 맞추는 부분이 있다면요?

황: 지훈이형이요! 음악적인 부분에선 가장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죠. 합의점을 갖고 있어요. 저 개인적으로 음악 할 때는 누군가가 독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훈: 독재는 아니에요. (웃음)

황: 서로 알아서 하긴 하지만, 지훈이형이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하죠. 멤버들 중에 음악적으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훈: (활짝 웃으며) 정말 그렇게 생각해?

(전원 끄덕끄덕)

리: 보컬을 나누는 것도 지훈씨의 힘이 크겠네요.

훈: 그렇죠 아무래도 곡을 쓰다 보면 남자파트와 여자파트가 나오니까요.

리: ‘소울메이트’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훈: 원래 타이틀은 ‘아무 말 하지 않을게’였어요. 예전 멤버들과 만들었던 곡이었거든요. 투보컬 체제로 돌아가면서 혜빈이의 비중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되면서 바뀌었죠.

빈: 원래 이 곡도 남자파트만 있었다가 바뀐 거에요.

장: 가사도 많이 바뀌었어요.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원 가사는 좀 더 노골적인 가사였죠.

훈: 곡을 쓴 거는 순수한 목적에서 썼어요.

리: 아니, 뭐 노골적이라고 해서 그런 사랑 얘기가 순수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웃음)

장: 제가 형이랑 둘이서 작업실에 있었는데, 기타를 치던 형이 갑자기 들어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대뜸 가사를 쓰라고. 한 삼십 분 만에 가사와 곡이 나왔어요.

훈: 최 단기간에 작업한 곡이죠.

빈: 원래는 좀더 질척질척한 곡이었는데 편곡을 통해 산뜻하게 변했죠.

리: 멤버 별로 추구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요. 멤버가 많다 보니 각자 생각도 다 다를 것 같은데요.

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은 사실 ‘Roy Hargrove’예요. 그래서 제 연주에도 재즈적인 요소가 많죠. 곡 작업 시엔 같은 흑인음악계열이더라도 약간의 마찰이 있었어요. 멤버들 개개인간의 표현의 차이에서 온 문제였죠. 아, ‘Pat Matheny’도 좋아해요. 이번 1집이 저희의 음악적 스타일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앞으로 나올 앨범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리: 그렇다면 이번 앨범이 ‘에보니힐’의 가장 담고 싶은 부분을 담은 건가요, 아니면 흑인 음악 안에서 시도하고 싶었던 여러 가지 것들 중 일부를 담은 앨범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흑인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약간씩 다르므로, 여러 재료들의 합의점을 담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황: 한 평론가는 리뷰에서 ‘일기장 같은 음악’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그 말이 맞아요. 말 그대로 멤버들의 일기를 담았다고 보시면 되요. 연주나 노래에서 멤버들의 사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

훈: 저는 그 중심에서 좀 더 흑인 음악적인 요소로 버무린 것뿐이고요.

리: 멤버마다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네요. 이번 앨범에서 선호하는 곡도 각자 다를 것 같은데요.

조: 저는 ‘We Are Ebonyhill’이요. 앨범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곡이라고 생각해요.

빈: 저는 ‘Double’. 제가 쓴 곡인데. (웃음) 코러스가 많이 들어간 곡을 생각하며 썼어요. 리드미컬한 곡이죠. ‘I Can’t Promise You’라는 곡도 좋아해요.

이: ‘We Are Ebonyhill’은 밴드를 가장 잘 표현하는 곡인 것 같아요. 가사처럼 저희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서 노래를 들을 때면 가끔은 찡할 때도 있어요. ‘Her Blues’는 가사를 제가 써서 맘에 드네요. 나름대로 슬픈 곡이에요. 황: 저는 ‘I Can’t Promise You’. 마음에 와 닿는 곡이에요. 이 노래를 부를 때 가장 희열을 느껴요. (전원 웃음)

리: 정식 씨가 공연 하면서 노래도 부르나요?

훈: 네 가끔씩 불러요. 랩도 하고. 사실 이 친구가 랩을 좀 해요.

리: 정말요?

(김지훈 씨를 제외한 다른 멤버 걱정스럽게) 리드머에서 랩 잘 한다고 하면 어떻게요?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황: 저는 좋아할 따름입니다.
훈: 저희들 보단 잘해요. (전원 웃음)

장: 저도 ‘I Can’t Promise You’를 좋아해요. 이 곡은 지훈이형의 실화예요. 이 형이 굉장히 오랫동안 만나던 여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헤어진 거에요. 그 무렵 곡을 만들어서 제게 들려주더니 또 대뜸 가사를 쓰라고 시키더라고요. 저는 옆에서 형을 2년 동안이나 지켜봤으니 대충 내용을 알잖아요. 그 사건에 대한 내용을 썼죠. 형이 쇼케이스에서 그 곡을 연주하고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본 뒤에 더 애착을 갖게 된 것 같아요.

훈: 사실 그 곡이 저희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곡 같아요. 코러스나 토크박스 같은 부분에서도 그렇고.

황: 형이 결별 후에 이런 좋은 곡을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저희들끼리 그래요. 다시 한번 붙었다 떨어지라고. 더 좋은 곡 나오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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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혼성밴드이다보니 멤버 간의 러브라인은 아니더라도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끼거나 하는 일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제가 그 부분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제가 아라 빼고는 제일 늦게 들어왔는데, 정식오빠와 혜빈 언니가 같은 학교에서 같이 몰려다니는 친구들이었대요. 그래서 제 눈에는 둘이 정말 친해 보이더라고요. 둘 다 외롭다고 하는데, 둘이 사귀면 되지 않냐고 생각했었어요. 둘 사이를 이해를 못했는데, 멤버들과 오래있다 보니 정말 이성으로 느껴지지가 않네요. 여성으로서의 배려가 전혀 없어요.

장: 그게 왜냐면요, 선남선녀가 없어서 그래요. (웃음)

리: 하하. 그렇군요. 이번 앨범은 얼반스타일의 감성이 돋보여요. 전체적으로는 빠른 진행의 곡들이 많고. 이런 것이 아무래도 공연을 염두 해 두고 곡 작업을 했기 때문이겠죠.

훈: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저희는 라이브 밴드이기 때문에 그런 결과물이 나온 것 같네요.

리: 스튜디오의 정식 결과물 보다는 공연을 우위에 둔다는 거죠?

훈: 예. 맞습니다!

리: 그래도 앨범은 계속 낼 생각이죠?

훈: 그럼요. 내년 가을쯤 앨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리: 우리나라는 밴드가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에요. ‘에보니힐’ 만의 생존 전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훈: 밴드만으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각자의 생활은 각자 하는 거고. 금전적인 부분은 밴드만으론 채울 수 없으니까.

리: 그럼 현재 각자의 활동을 하고 있나요?

훈: 음악 학원 강사를 하는 멤버도 있고, 세션도 간혹 하고 있고. 제 친구들은 ‘언제 철들래?’라고 하지만, 좋은 걸 어쩌겠어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밴드로 생업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봐요. 멤버들 간에 그러한 전제가 깔려있는 상태에서 출발 했기 때문에 음악활동이 더 편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사실 1집 앨범 작업 시엔 정말 힘들었어요. 각자 자비를 들여서 낸 앨범이기도 하고. 그런데 앨범을 내자마자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러한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2집은 좀 더 안정적으로 낼 수 있을 것 같네요. 더 나은 환경에서 작업을 하지 않을까….

리: 쇼케이스에서 굉장히 많은 앨범 판매가 있었다고 하던데요.

훈: 정말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죠. 앨범이 과연 팔리기는 할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황: 그날 거의 200장이 나갔어요.

훈: 앨범과 라이브는 사실 많이 달라요. 앨범 때 못한 부분을 라이브에서 손도 좀 보고.
조: 앨범도 나름대로 좋아요. (전원 웃음)

훈: 라이브 할 때 가장 빛을 발하는 친구가 바로 정식이에요. 하드락을 하던 친구라 그런지 에너지가 굉장하죠. 처음부터 흑인음악을 하던 친구들은 그루브는 좋아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부족한데, 이 친구는 변함이 없어요. 라이브 때 이 친구의 역량이 많이 발휘 되죠.
빈: 무대 위에서의 현장감 때문인지 라이브가 더 좋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리: 공연의 피드백은 어떤 경로로 받는 편인가요?

훈: 저희는 매 공연마다 팬들과 뒤풀이를 해요. 즉시 피드백을 받는 거죠.
황: 다른 밴드들은 팬들과 뒤풀이 한다고 하면 의아해하기도 하는데, 저희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훈: 그 분들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죠. 공연이 안 좋았을 때는 안 좋았다고 직접 말씀해주시기도 하고.

리: 현재 흑인음악 씬에서 R&B 훵크 밴드들이 힙합과 결부하는 경우가 많아요. ‘에보니힐’도 혹시 그런 계획을 갖고 있나요?

장: 굉장히 하고 싶어요. 그런데 아는 인맥이 없어서. 사실 ‘쿠퍼 & 0CD’의 쿠퍼가 제 친구예요. 쿠퍼를 통해 0CD와 친분이 생겨서 앞으로 같이 작업해 볼까 해요.

훈: 되는 대로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리: 여하튼 그런 작업에 열러 있다는 말씀이죠?

훈: 물론이에요. 해보고 싶어요. 꼭. ‘아무 말 하지 않을게’ 후반부에 사실 랩을 넣으려고 했어요. 라이브 때는 정식이가 하는데, 앨범 녹음 때는 퀄리티가 떨어져서 뺏어요. (웃음) 당시에는 인맥이 없어서 하지 못했는데, 2집 때는 꼭 래퍼들과 작업하고 싶어요. 열려있다기보단 저희가 원하죠.

리: 음악적 지향점이 있다면요?

훈: 지향점이라고까지 하긴 좀 거창하고. 그래도 우리나라 흑인 음악 역사에 흔적을 남겼으면 좋겠어요.

장: 저희는 연주 파트, 보컬 파트가 서로 융화 되어있는 밴드니까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밴드 체제가 유지되었으면 좋겠어요.

리: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훈: 곡 작업은 계속 하고 있고. 자랑은 아니지만, 홍대 바닥에서 오랫동안 생활했기 때문에 당장 오늘이라도 공연할 수 있는 수준은 되니까, 공연은 계속 할 계획이고. 내년 가을쯤 앨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인데, 정규 앨범이 될지 EP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저희는 기획사가 없기 때문에 직접 스케쥴을 잡는 편이거든요. 11월부터는 지방에서도 공연할 예정이고.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상상마당에서의 공연 예정이 잡혀있네요.

황: 누가 저희를 불러서 예쁘게 포장해서 공연하는 것도 좋지만, 없으면 저희가 만들어서라도 해야죠.

장: 2집 작업할 때에도 기획사 없이 하게 될 것 같네요.

훈: 예전에 있긴 있었는데, 음악적 견해 차이로…
황: 저희가 못하는 것들을 해주길 바래서 기획사를 찾긴 했는데, 웬만한 일은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니까 그 필요성을 못 느끼겠더라고요. 부수적인 일을 할 때는 솔직히 짜증도 좀 나지만 그런 작은 일 때문에 음악적으로 얽매이고 싶진 않아요.
훈: 그런데 그런 일도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사람들 만나는 일도 좋고.

황: 예전에는 이 형이 음악만 하고 싶어하고, 그 외적인 일을 싫어했었어요. 전형적인 뮤지션 스타일이랄까. 지금은 대중과 함께하는 뮤지션으로 바뀌었죠. (웃음)

리: 고군분투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 놓지 않는 점 진심으로 멋집니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훈: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저희보고 ‘아소토유니언같다.’, ‘헤리티지같다.’며 비교를 많이 해주세요. 저희 입장에서는 좋죠. 딱히 모델로 정한 밴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흑인음악계에 족적을 남긴 밴드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거 같고요. 아직은 많이 미숙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그런 점을 많이 보완해 나갈 예정이고요, 많은 공연을 통해 실력도 더욱 쌓아 나가야죠. 앞으로도 최대한 많은 분들을 찾아 뵐 예정이니까 공연 많이 보러 와주세요.



기사작성 / 강일권, 민혜경, 사진: 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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