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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er Mike - R.A.P. Music
양지훈 작성 | 2012-05-29 15:3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3 | 스크랩스크랩 | 27,168 View

Artist: Killer Mike
Album: R.A.P. Music
Released: 2012-05-15
Rating: +
Reviewer: 양지훈









오랜 기간 탄탄대로를 걷는 랩퍼의 커리어를 뒤쫓아 보는 것도 즐겁지만, 변화무쌍한 행보를 보여준 랩퍼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일도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미국 남부 힙합 씬의 중견급 뮤지션인 킬러 마이크(Killer Mike)는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 랩퍼라고 할 수 있다. 아웃캐스트(OutKast)의 [Stankonia]에 참여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 그가 '03년 데뷔 앨범 [Monster]로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잠시 머무를 때만 해도, 대중은 그를 단지 '던전 패밀리의 평범한 일원'이라 생각했다.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그저 서던 힙합 씬의 지극히 평범한 MC 중 하나라고 인식되던 그는,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파워풀한 MC로 서서히 변모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록 압도적인 규모는 아니지만, 탄탄한 팬 층을 확보하며 충분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킬러 마이크는 현실에 안주하는 겁쟁이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데피니티브 젹스(Definitive Jux) 레이블의 수장 엘-피(El-P)와의 작업이라는 파격적인 실험을 감행하며 우리를 또 한 번 놀라게 만들었다.

킬러 마이크와 엘-피라니… 참으로 뜬금 없는 조합이지 않은가. 컴퍼니 플로우(Company Flow) 시절부터 황소고집의 이미지가 강한 앱스트랙(abstract) 힙합의 대명사 엘-피와 애틀랜타의 MC가 손을 잡는다니 정말 의아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R.A.P. Music]의 뚜껑을 여는 순간부터 이 모든 것이 선입견과 기우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된다. 이들은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며, 발매를 재차 늦춘 죄(?)를 충분히 용서받고도 남을만한 앨범을 만들었다. 킬러 마이크는 엘-피의 비트와 부조화라고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최적의 상태에서 명확한 가사 전달에 힘썼고, 프로듀서 엘-피는 킬러 마이크의 랩 전달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변화무쌍한 비트를 제공했다.

초반의 네 곡은 그야말로 앞만 보며 미친 듯이 달리는 빠른 템포의 곡들이다. 남부의 터줏대감 번 비(Bun B)와 티아이(T.I.)가 참여하여 티아이의 [King]에 수록된 "Front Back"을 연상케 하는 서던 랩 올스타 트랙 "Big Beast"로 화려하게 시작하더니, "Untitled"와 "Go!"를 통해 격동의 흐름을 이어간다. [R.A.P. Music]은 특정 부분만 콕 집어 하이라이트라 말할 작품이라기보다는 앨범 전반적으로 좀처럼 쉴 틈을 찾기 어려운 타이트한 작품에 가깝다. 엘-피는 [Fantastic Damage] 시절처럼 고밀도 사운드에 치중한 나머지 랩을 감상할 여유마저 잃게 만드는 우를 더는 범하지 않는다. 자신의 솔로앨범에서 보여주던 폭발하는 사운드의 향연과는 확실하게 거리를 두고 '80 ~ '90년대 힙합 사운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킬러 마이크의 격양된 랩과 화려한 랩 스킬을 감상할 수 있는 "Don't Die"에서는 컴퍼니 플로우 시절을 연상케 하는 비트까지 마련했다. "Don't Die"와 "Untitled"를 비롯하여 곡 중간에 자연스러운 비트 변화를 꾀하는 순간을 여러 차례 캐치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엘-피의 역량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신시사이저를 이용하여 만든 기묘한 비트와 이따금씩 등장하는 스크래칭까지 매 순간이 알찬 사운드로 점철되어 있다. 이에 질세라, 킬러 마이크도 명성만큼의 실력을 과시한다. 초반의 남부 힙합 올스타 트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본인의 주도 하에 앨범을 이끌며 자신이 앨범의 주인공임을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도 민감한 주제와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Reagan"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년 시절의 대통령이었던 로날드 레이건과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에 대한 견해를 거침 없이 이야기하며, ‘Ronald Reagan was an actor, not at all a factor’와 같은 강도 높은 가사까지도 여과 없이 내뱉는다. 또한, 때로는 랩을 통해 강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앨범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R.A.P. Music"을 통해 아프로-아메리칸이 만든 모든 음악과 자신이 현재 실천하고 있는 랩 음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는 부분은 압권.

정말 잘 만들었다. 예기치 못한 프로듀서 엘-피의 기용이었지만, 랩퍼와 프로듀서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상의 실력으로 호흡을 맞췄으니, 다소 뜬금 없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킬러 마이크의 이번 실험은 누가 봐도 성공적이다. 최근 몇 년 간의 서던 힙합 결과물을 통틀어 이렇게 짙은 실험성과 높은 완성도를 겸비한 앨범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다. 이미 충분한 명성을 확보한 애틀랜타의 지역구 스타임에도, 이렇게 이색적인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킬러 마이크의 저력이 그저 놀랍다. 이와 더불어, 프로듀서 엘-피의 녹슬지 않은 실력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앨범은 랩퍼와 프로듀서가 윈-윈(win-win)하는 좋은 사례로 기록될 것이며, 엘-피는 이 앨범과 자신의 세 번째 솔로 앨범 [Cancer For Cure]를 통해 2012년 가장 핫(hot)한 힙합 프로듀서로 기억될 확률이 높아졌다.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양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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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sy11987
    1. sy11987 (2012-06-14 23:44:23 / 116.41.170.**)

      추천 0 | 비추 0

    2. 올해 들은 힙합앨범중 단연 최고입니다.
  • Messlit
    1. Messlit (2012-05-30 01:08:36 / 118.33.55.**)

      추천 0 | 비추 0

    2.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인 콜라보였지만 기대 이상으로 걸출한 작품이 되버린 느낌
  • 버기
    1. 버기 (2012-05-29 20:01:12 / 125.177.105.***)

      추천 0 | 비추 0

    2. 전작 PL3DGE 듣고 말그대로 전율을 일으켰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신보가 나온건가요.
      거기다 신보평가는 전작보다 훨씬좋군요. 킬러마잌 진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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