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주메뉴

최근 공지사항 및 SNS 링크

통합검색
  • Twitter
  • Facebook
  • Youtube
  • 통합검색

컨텐츠

Feature

  1. Home
  2. Feature
리드머 첨삭지도 3강: '힙합을 좋아하면 지능이 낮다..' 뭐요?
남성훈 작성 | 2012-06-14 08:0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4 | 스크랩스크랩 | 44,007 View



‘리드머 첨삭지도’는 각종 매체(온•오프 잡지, 신문, 방송 등)에서 흑인음악, 또는 관련 대중문화의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작성되어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내용을 전파할 우려가 있는 공식적인 글을 콕 찍어내어 대놓고 태클을 거는, 장르 문화와 흑인음악 바로 세우기를 위해 리드머가 기획한 도발적인 프로젝트입니다. 단, 글과 말의 출처가 된 매체는 밝히되 실명은 거론하지 않는다는 걸 규칙으로 합니다.

“‘힙합을 좋아해요’라고 말한다면 그는 아직 어리거나 젊은이다. 욕을 멋으로 아는 아이들은 지능이 낮은 아이들이다. ‘재즈를 좋아해요’ 그러면 보편적으로 젊은 중산층이다. 노래를 하거나 피아노를 치는 것을 들으면 그 사람이 보인다. 음악언어를 통해 그 사람의 의식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상은 재즈음악 전문 잡지 [엠엠 재즈] 5월호에 대학교수이자 음악평론가로 활동 중인 분이 기고한 ‘젊은 재즈 연주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고민하지 않는 자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의 중간 문단이다. 터져 나오는 헛웃음을 일단 참아보자. 어디서부터 어떻게 첨삭지도를 진행해야 하는지 조금은 난감한 상황이니까. 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예술의 창작력과 소통은 단순한 음악적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지혜와 사유, 의식상태를 통해 나온다는 것이니, 음악가라면 내면을 중요시하라는 내용이다.

우선, 장르 음악을 바라보는 글쓴이의 의식상태를 짚어보자. 글쓴이는 “힙합을 좋아해요”“재즈를 좋아해요”가 전혀 다른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라 단정하고 있다. 마치 두 장르를 같이 좋아할 수 없다는 이상한 전제를 세우고 있는 듯하다. 각 장르의 성격을 과장하기 위한 장치라 애써 생각하더라도, 이 전제가 심히 불편한 것은 ‘재력’과 ‘지능’으로 장르음악의 소비자를 구분하는 것에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어리거나 젊은이” “젊은 중산층”의 차이는 대체 무엇일까? “젊은 중산층”은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계층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반대로 “어리거나 젊은이”일 뿐인 힙합 장르 팬을 사회 계층적 시선으로 비하하는 의식이 담겨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굉장히 위험한 문장이다. 물론, 한 해 수십억 불 규모의 힙합 음악 소비자를 어떤 식으로든 사회 계층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더구나 힙합 장르 팬들이 다른 장르음악, 특히, 흑인음악이라는 범주 안에서 교류가 활발한 재즈 음악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자. “욕을 멋으로 아는 아이들은 지능이 낮은 아이들이다”. 먼저, 욕을 멋으로 아는 것과 지능은 관계가 없다. 욕을 남다르게 해석하는 것과 단순하게 반응하는 것에 지능이 관련이 있다면 모를까? 어쨌든 힙합/랩 음악 가사에 타 장르 음악보다 욕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상적인 사회인이라면, 욕 자체에 반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일방적으로 듣게 되는 노래 가사 안의 욕은 더욱 그럴 테니, 자의든 타의든 심의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글쓴이도 아마 욕을 멋있다고 찾아 듣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고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이해 못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글쓴이가 힙합/랩의 장르적 특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중요한 지점이다. ‘욕이 왜 힙합/랩에 많이 들어갔을까?’라는 사유 없이 단순히 욕만 바라본 것이다. 어떻게 쉽게 설명할까 하다가, 힙합 프로덕션과 글쓴이의 전문분야인 재즈밴드 음악의 결합으로 큰 호평을 얻은 [Guru’s Jazzmatazz Vol.1](1993)의 인트로 중 아래 문장을 가져와 봤다.

“Hiphop/Rap Music. It’s Real. It’s musical and cultural expression based on reality (힙합/랩 음악, 그건 진짜야. 현실에 기반을 둔 음악적, 문화적 표현이야)” – Guru (R.I.P)


주: 재즈와 힙합 결합의 기념비적인 작품. 저 열린 마음의 기라성 같은 재즈 뮤지션의 참여를 보라.

랩의 가장 큰 표현 방법적 특징은 랩을 하는 본인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것에 있다. 단순히 생각을 넘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펼쳐낼 수 있는 것은 힙합/랩의 가장 중요한 장르적 가치이기도 하다. 미디어에서 주목하지 않아 사회에서 숨겨져 있던 슬럼화된 흑인거주지역의 실상을 대중에게 논쟁적으로 꺼낸 것 역시 랩의 표현 방법적 특징 덕분이었다. 우리는 주변에서, 혹은 영화 등에서 손에 잡힐 듯 재미나게 이야기를 잘 전달해주는 이들이 걸쭉한 욕과 비속어를 적시에 잘 활용하는 것을 보곤 한다. 랩도 마찬가지다. 듣는 이의 감정을 직접 뒤흔들며 많은 양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활용되는 것이다. 많은 타 장르 곡에서 랩을 삽입하는 큰 이유도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표현방식을 적시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영화 속에서 욕을 하는 캐릭터와 연기자는 구분하고, 랩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은 얼마나 편협한가? 욕과 비속어를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의 문제이지, 그 사용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한 장르의 표현방식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힙합 장르 팬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랩이 무분별하게 욕과 비속어만 과하게 사용한 랩이라는 사실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그런데 글을 이어가다 보니 ‘문제의 문장이 메시지를 강조하다가 빚어진 순간의 실수가 아니었을까?’, 혹은 ‘편집상의 실수가 아닐까?’라는 걱정도 조금 든다. 그래서 조금 더 찾아봤다. 뭐,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글쓴이는 한 강연의 강의 소개에 “뉴욕의 흑인 음악과 선정적인 가사들로 가득한 대중가요에 많이 노출되는 요즘 청년들에게 '좋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라는 말을 쓰고 강의에서는 “음악도 그러니까 이.. 감춰야, 미적인 것은 감춰져 있어요. 근데 이제 수준 높은 음악과 낮은 음악을 저희가 판단할 때는 아 음악은 깊이 감추는 애죠. 감춰야 됩니다. (중략) 돈은 똑같습니다. 이게 뭐 머리 좋은 사람 돈이건, 머리 나쁜 사람 돈이건, 악인의 돈이건, 선인의 돈이건 관심 없거든요. (중략) 많이 돈을 버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이 공감하기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음악”이라는 표현으로 나쁜 음악이 존재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앞서 말한 힙합/랩 고유의 표현방식을 수준 낮은 음악으로 단정하고 심지어 소비자의 지능과 도덕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저 문장이 실수가 아니었음은 분명해졌다. 지금까지의 첨삭지도가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즈음에서 마친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글의 제목이 ‘젊은 재즈 연주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덧붙인다.

젊은 재즈 연주자들이여, 유명 재즈 뮤지션인 올루 다라(Olu Dara)와 유명 힙합 뮤지션인 나스(Nas)의 멋진 콜라보 “Street’s Disciple”, “Bridging the Gap”을 들으며, 장르 음악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사유해보자. 참고로, 이 둘은 아버지와 아들이다..

오늘의 첨삭지도 끝.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코멘트

  • 등록
  • 버기베플
    1. 버기 (2012-06-14 13:58:53 / 125.177.105.***)

      추천 15 | 비추 1

    2. 그래도 다행인건 힙합이라는 장르도 시간이 꽤 되서 그런지 아니면 상업적, 비평적 으로도 큰 성과가 있어와서 그런지 힙합 무시하는 경우가 많이 사라졌더군요.

      그래도 어디서나 무시하려 드는 멍청한 꼰대들은 항상 있을겁니다.
      중요한건 우리세대가 나중에 밑에 세대들에게 영향력을 끼칠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때, 우리보다 윗세대의 몇몇 사람들처럼 꼰대 노릇 하지않고 더욱 넓은 시야로 밑에 세대들을 존중할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게 더 중요한 것이겠죠.
  • 잠온다베플
    1. 잠온다 (2012-06-14 11:58:18 / 61.42.150.***)

      추천 17 | 비추 1

    2. 진정한 득도는 길가에 나뒹구는 돌멩이에서도 얻을 수 있다고 하죠. 힙합은
      아스팔트에 핀 장미인데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애들의 지능이 떨어지는 것임.
  • 프린쓰
    1. 프린쓰 (2013-01-13 21:09:46 / 125.183.197.**)

      추천 1 | 비추 0

    2. 김진목님의 전체 글을 다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댓글 달아놓으신거 보니까 조금 불편하네요...일반화나 선입견이요..
      욕을 멋으로 알면 지능이 낮은게 분명합니까? 어떤 지능을 말씀하시는건지요..
      맞은편에 앉은 사람의 통장 잔고까지 짐작이 가다니요,,본인의 경험, 잣대로 보이는것만이 다가 아닐텐데요...
      저는 10대때는 락, 메탈, 20대에는 재즈, 발라드, 서른 넘어서 힙합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언더힙합 공연장에 다니는게 취미구요. 랩을 배울 생각도 있습니다. 크게 10년씩 나눠놨지만, 나이들면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바뀌었다기보다는, 제가 접한 음악, 만나게 된 사람, 환경에 따라 달라진것 같아요..
      힙합 공연 보러간다니까 아빠가 그러시더군요, "나이가 몇살인데 힙합공연이냐"
      전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 아빠가 힙합을 알아요?"
  • Abrasax
    1. Abrasax (2013-01-11 16:24:36 / 210.110.61.***)

      추천 1 | 비추 0

    2. 교수라는 사람이 심각하네요.
      예술가가 편견에 사로잡혀 있으니 말입니다.
      저처럼 재즈랑 힙합 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입니다.
  • 비기비기비기
    1. 비기비기비기 (2013-01-07 16:07:02 / 112.173.161.***)

      추천 0 | 비추 0

    2. 욕을 멋으로 아는게 지능이 낮다니, 그냥 예절이 부족한거 아닌가?

      식당에서 욕하고 바닥에 침뱉으면 오랑우탄입니까?

      나이 많은 사람도 식당에서 깽판치고 토하고 다 하는데.

      그리고 문맥상 힙합음악은 욕을 멋으로 아는 애들이 좋아하는 음악

      물론 힙합음악중에는 아무의미 없이 욕만을 남발하는 가벼운 곡도 많습니다.

      하지만, Lupe Fiasco - Bitch Bad 같은 곡도 분명 있습니다.

      김진묵 씨는 분명 모르시는 곡일테지만요.

      이 기회에 좀 들어보시길
  • piano
    1. piano (2012-08-06 23:29:35 / 1.252.109.***)

      추천 1 | 비추 0

    2. 오랜만에 봤더니 본인이 직접 댓글을 다셨네요. 근데 애초에 이해했던바와 그닥 차이가 없다는게ㅎ. 음악으로 알 수 있는 정신상태, 의식의 질, 성숙도에 따른 음악취향(아직도 취향이 그대로인 6,70년대의 락키드들은..) 에 대한 부분은 뭐, 아마 사유가 있으시겠죠? 전 동의하지 않지만
  • 김진묵
    1. 김진묵 (2012-07-05 14:58:13 / 112.187.191.***)

      추천 1 | 비추 4

    2. ‘힙합을 좋아해요’라고 말한다면 그는 아직 어리거나 젊은이다. 욕을 멋으로 아는 아이들은 지능이 낮은 아이들이다. ‘재즈를 좋아해요’ 그러면 보편적으로 젊은 중산층이다. 노래를 하거나 피아노를 치는 것을 들으면 그 사람이 보인다. 음악언어를 통해 그 사람의 의식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위의 글이 인용되고 그에 대한 생각이 글에 담기고 많은 리플이 달렸더군요.
      '힙합을 좋아하면 지능이 낮다'라고 했다고 쓰여 있네요. 나는 그런 적 없는데-.
      위의 글에서 중간을 생략하고 말을 이었네요....

      힙합은 나쁜 음악이 아닙니다. 나는 힙합이 나쁜 음악이라고 한 적 없습니다. 그런데 내가 힙합을 비하한 것으로 규정짓고 이야기를 풀어 나갔네요. 음악은 인간 삶의 형태를 반영합니다. 힙합은 우리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많은 음악 가운데 하나입니다.

      내 생각을 이야기 합니다. 힙합을 좋아해요’라고 말한다면 그는 아직 어리거나 젊은이다 라는 글이 왜 비판을 받아야 하나요? 어리거나 젊다고 한 것이 나쁜 말인가요? 어리거나 젊은 것이 나쁜 일입니까?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고 젊은 시절을 거쳐 늙는 건데-. 부산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아직 수원을 지나고 있다면 나쁜 건가요?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묘목은 나쁘고, 열매 맺는 나이든 나무는 꼰대라고 비난받아야 합니까?
      힙합은 주로 어리거나 젊은 층이 소비하는 음악이라는 건데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네요. 나이가 들면 다른 음악으로 바뀌어 가게 마련인데요.

      욕을 멋으로 아는 아이들은 지능이 낮은 아이들이다... 그 글을 쓰다가 새벽이 다가오는 심야에 김밥천국에 밥 먹으로 갔어요. 젊은이들 몇 명이 앉아서 주위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며 말끝마다 욕을 하더군요. 어느 친구는 바닥에 침도 뱉어요. 우리는 길거리를 가다가 마주친 사람이나 전철 맞은편에 앉은 사람의 속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통장잔고도 어느 정도 보이지요. 말을 해보면 더 깊이 알 수 있구요. 그 날 욕을 멋으로 아는 아이들은 지능이 낮은 아이들이 분명합니다. 보편적인 지능으로는 주위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며 말끝마다 욕을 하거나 식당바닥에 침을 뱉을 수는 없거든요.^^

      욕에는 미학이 있습니다. 욕은 멋진 언어거든요. 욕 아닌 다른 것으로는 대신 할 수 없는 언어입니다. 나는 욕 예찬론자입니다. 욕처럼 재미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능이 낮으면 욕의 미학을 터득하기 쉽지 않습니다. 멋으로 아는 정도로 끝나지요. 스버럴-.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내가 쓴 글이 화두가 된 것을 보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다만 출발부터 오류가 있던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보냅니다.

      마침 오늘 쓴 글 하나를 첨부합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 나를 크게 행복하게 한 것은 세 가지였다. 하나는 미루어두었던 박경리의 '토지'(전21권)를 완독한 것, 재즈와 블루스를 낳은 미국흑인의 슬픈 역사를 다룬 '흑인잔혹사'를 쓴 것(이를 위해 홀로 차를 몰고 미국 동남부를 여행했다), 마지막은 판소리 완창에 중독된 것, 오페라 중독자인 내가 이번에는 판소리에 중독된 것이다. 눈대목이 아니라 완창이다. 오페라도 아리아가 아니라 전곡 듣기를 고집하는 것과 상통하는 것이다.
      완창은 다섯 시간 정도의 긴 시간이 소요되니 전 시간을 몰입해서 들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춘향이나 심청이 이야기를 뻔히 알고 있기에 중간에 조금 빼 먹어도 문제가 없다. 어린 시절, 신문에 모르는 한자가 많았지만 해독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던 것과 같다.
      '춘향가'를 듣다보면, 엄밀히 말해 음반을 틀어놓고 생활하다 보면 '암행어사 출두여~'에서 여지없이 눈물이 솟아오른다. 광한루에서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고 변사또에게 수난을 당하고 그러다가 ....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감정의 응어리가 터지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재미와 감흥이 쌓여 마지막에 진한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것이다.
      내친 김에 완창공연을 기획했다. 지난 6월 9일, 춘천 KBS 공개홀에서 강원도 최초로 판소리 완창무대를 만들었다. 춘천에 거주하는 박양순 명창의 '심청가'를 올렸다. 곽씨부인 죽고, 동냥젖 얻어 먹이고, 공양미 삼백석... 그러다가 임당수에 풍덩!!.... 계속 찔끔 찔끔 눈물이 나온다. 그러다가 눈뜨는 대목에서 결국 왈칵!!! 지독히 행복한 눈물이다. 다섯 시간 이십분 동안의 완창이었다. 공연 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울었다고 인사전화를 받았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이러한 경험을 하고나면 영적으로 크게 성숙하게 된다.
      나이에 따라 듣는 음악이 변한다. 세대별 선호도다. 물론 계층, 취향, 삶의 경험치, 성숙도 등에 따라 찾는 음악이 다르다. 내 경우는 나이 쉰을 넘기며 미학의 차원에서 진실의 차원으로 바뀌고 있다. 미적감동보다는 진실에 접근한 음악에 끌린다. 삶의 단편을 담백하게 노래한 음악도 좋고 치열한 삶을 표현한 음악도 좋다. 안치환의 '내가 만일'이 좋고, 프리재즈(전위재즈)의 비정형적이고 추상적인 굉음(?)이 좋다. 옛가요가 좋은 것은 민족의 슬픈 근세사를 깨우쳐주기 때문이다. 반면 시크릿가든이나 케니지의 음악은 조미료만으로 만든 음악 같아서 듣기에 좀 민망하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곧 음악 속에 담긴 내공, 혹은 음악에 내재된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김 진 묵(음악평론가)
  • 댓글않달수없다
    1. 댓글않달수없다 (2012-06-19 20:06:57 / 222.103.7.**)

      추천 2 | 비추 0

    2. 댓글않달수없다
  • 잠온다
    1. 잠온다 (2012-06-18 11:41:53 / 61.42.150.***)

      추천 6 | 비추 3

    2. 힙찔이가 정신적 성숙 없이 그냥 자라면 힙합 꼰대가 됩니다. like 김도현.

      고전음악 하시는 분들이 재즈 하는 분들더러 뭐라 하는지 압니까?

      "마구리 음악"이라 합니다. 클래식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즉흥 연주가

      재즈의 특색이자 강점인데 정형화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쓰레기라 불리고

      소음이라 불렸던 적이 있습니다. 시대는 변해요. 김진묵씨나 어줍잖은 논리로

      게시판에서 시비 거는 클라우드님도 다른 장르를 비하할 명분이 하나도

      없음에도 함부로 깝치는데 이건 김치맨들의 쓸데 없는 종특인 건 알고 계신가요?

      시대가 원하는 장르가 힙합이 된 건데 단순히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대중들이 간다고 해서 굳이 나쁜 음악, 좋은 음악 가르는 심보가 과연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걸 숭고하다고 하나요? 힙합도 언젠가는

      지게 될텐데 재즈처럼 추하게 지는 건 보고 싶지 않네요.
  • dmkim
    1. dmkim (2012-06-16 22:38:11 / 114.70.9.***)

      추천 2 | 비추 0

    2. 와 정말 재미있는 글이네요...

      뭐 개인적으로 두 장르를 골고루 좋아하는 사람인데요..(리스너도 아닙니다. 그냥 사람)
      두 음악 장르의 가장 기본적이고 표면적인 차이 때문에 언쟁이 확 있는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직설적인 표현방식을 지닌 힙합이라는 장르와 엄청나게 간접적인 표현방식을 지닌 재즈라는 장르간 차이에 의한 오해인 것 같아요.

      힙합음악은 다같이 신나게 light it up! put your hands up! 외치는 장르이면서 하고싶은 말을 일단 다 하는 속시원한 장르인 반면에, 재즈는 철저히 독백적이고 감상적인 장르인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지만요..사실 변하는 추세가 당연한거라고 봅니다만...) 재즈 음악은 흔히들 끝까지 곱씹으면서 분석하고 느낀다고 하죠..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건 서서 공연을 즐기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힙합공연과, 앉아서 조용히 음악을 곱씹는 재즈 공연 중에서...

      재즈라는 장즈가 단순하게 얌전하고 고상해 보인다는 것 하나만으로 장르의 우위를 가진다는 것은 조금 모순이 있는거 같습니다.

      마치 사람을 분류할때 화이트 카라와 블루 카라 중에 화이트카라가 더 직업으로서 우위를 가진다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것 같습니다.

      일하는 직종의 차이일 뿐이고, 음악 장르의 고유적인 표현방법의 차이를 가지고 이건 저급이고 저건 고급이다. 그리고 이 음악을 들으면 철없는 애이고, 저 음악을 들으면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격체다.

      좀 웃긴 이야기 인 듯 합니다.

      사실 비유를 하자면 사과장수가 사과가 안팔린다고 요즘 복숭아는 농약이 많아서 몸에 안좋다고 하는 손님들에게 넌지시 던지는 하는 투정 같아요...
  • Fukka
    1. Fukka (2012-06-16 13:10:22 / 110.70.30.**)

      추천 4 | 비추 0

    2. 클라우드/혹시 평론가로 활동 중이세요? 진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강일권님이 저렇게까지 설명했는데 거기다 대고 평론계에 대해 생각해보라느니 마치 충고하는듯한 모습 좀 웃기고, 되게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말하는 거 같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어쨌든 선배 평론가 존경부터 하라는 뉘앙스는 토나옵니다 ㅎㅎ 글 보아하니 평론쪽 돌아가는 걸 좀 아시나 본데, 그런 꼰대 정신 주입하려거든 다른데 가서 하세요. 힙합씬도 다 세대 따지고 선배 따지면서 옳지 않은 거 다 쉬쉬하고 넘어가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전 요즘 리드머의 이런 행보 맘에 듬.
  • 보자기
    1. 보자기 (2012-06-16 11:45:02 / 180.65.234.***)

      추천 1 | 비추 0

    2. 아 리드머 너무 좋아요 ㅋㅋ

더보기

이전 목록 다음

관심 게시물

  1. 로딩중
GO TOP

사이트맵

리드머(RHYTHMER) | ⓒ 리드머 (Rhythmer). All rights reserved.

이메일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