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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에픽하이(Epik High)
Album: 신발장
Released: 2014-10-21
Rating:
Reviewer: 이병주
상당한 공백 기간이 있었음에도 정규 앨범을 통한 복귀와 동시에 차트를 석권하고 수록곡으로 줄을 세워 놓은 에픽하이(Epik High)를 보면, 이들이 구축한 팬덤과 대중의 지지가 얼마나 견고한지 체감할 수 있다. 특유의 음악 세계도 구축되어 있고, 만드는 음악의 기본적인 완성도도 꾸준하며, 연예인으로서 매력도 나름 갖추고 있기에 그 여러 가지 매력과 장점이 서로를 이끌고 밀어주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겠다.일단 서정적인 선율과 소울풀한 샘플링 힙합 음악을 버무려 놓은 첫 트랙 "막을 올리며"는 의외의 첫인상을 만들어 낸다. 앨범이 예상보다 꽤 재미있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 같다는 기대도 품게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기대가 앨범 내내 이어지지는 못한다. 전체적으로 다소 산만하기도 하고, 그동안 그들의 음악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줬던, 혹은 줄 수 있는 재료가 앨범 안에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록곡들의 음악적 구성 요소를 뜯어보았을 때 장르 스펙트럼이 좁아지며, 더욱 분명한 방향 설정이 된 것 같으면서도, 이전에 비해 더 무색무취의 음악으로 탈바꿈했다. 더블 타이틀 곡 "헤픈엔딩"과 "스포일러"를 비롯하여 윤하가 참여한 "또 싸워"처럼 보컬의 참여로 완성된 대중 지향적 트랙들은 과거의 정서를 이어가면서도 특유의 극적 연출이나 비트 면에서 개성을 부여할 만한 요소가 사라졌다. 때로는 보컬의 역량과 개성에 과도하게 기대는 모습마저 보인다. ‘우리는 힙합 그룹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트랙들에서도 올드스쿨과 에픽하이, 그리고 가요 사이에서 다소 어중간한 위치를 잡고 섰다.
결국, 대중들이 사랑할 멜로디와 힙합 그룹으로서 정체성을 살려줄 트랙들이 모두 적당하게 섞여있지만, 비범함을 찾아보기에는 부족하다. 이는 치밀한 짜임새보다는 표현력으로 랩을 이끌다 보니 힙합 장르의 색채가 강한 곡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미쓰라의 랩과 특별한 아이디어 없이 무난함으로 점철된 비트 등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만, 타블로의 장기인 워드플레이(Wordplay)와 초대손님 개코의 현란한 랩핑이 빛을 발한 "부르즈 할리파"라든지 듣는 내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Amor Fati" 등은 인상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지금까지 그들이 쌓아온 음악적 내공이 앨범의 기본적인 완성도를 지지하고 있고, 국내 최고의 리리시스트(Lyricist) 중 한 명인 타블로는 여전히 인상적인 라인들을 종종 건네며 즐거움을 안긴다. 하지만 그것이 변화한 개인의 삶이나 상황으로 깊이 들어가기보다는 주로 추상적인 영역 안에 머물고 있다보니 감상의 묘미를 과거 앨범들의 경험 밖으로 확장하지는 못한다. 전작 [99]보다 장르적인 정체성이 좀 더 부각된 것은 반가우나 에픽하이의 성공적이고 긴 커리어 안에서 손꼽을 만한 앨범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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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전작앨범의 연장선상의 느낌이 조금 들었어요
미쓰라진이 갈수록 존재감이 미미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아쉽네요
둘이 시너지를 훨씬 발휘할 수 있는데 먼가 잘 안나오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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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고맙고 또 고마운 앨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