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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Mac Miller
Album: The Divine Feminine
Released: 2016-09-16
Rating:
Reviewer: 조성민
맥 밀러(Mac Miller)는 준수함을 웃도는 정규 앨범 커리어를 지닌 건 물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운영이 가능한 믹스테입으로도 좋은 결과를 내왔다. 데뷔 초의 비정규작들과 정규 2집 이후부터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이 결과물들이 밀러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이유는 질적인 측면에서의 성과도 있었지만, 그가 100% 자유를 거머쥐었을 때마다 앨범의 주체가 되는 아이디어의 씨앗을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밀러는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면서도 전혀 다른 색깔의 결과물을 발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태껏 밀러가 선보인 기획자로서 면모는 본작에서도 드러났다.[The Divine Feminine]은 분명 여성성이 주체가 된 컨셉트 앨범이다. 하지만 전작들에서 선보인 획일적인 설계와는 다른 접근법이 눈에 띈다. 본작에서 밀러가 시사하는 바는 해당 앨범의 타이틀이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미와 무색할 정도로 상반되기 때문에 작품의 핀트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것은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고 단순히 워드플레이의 일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회의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는 본인이 정의한 ‘성스러운 여성성’을 충실하고도 세련되게 풀어내면서 불확실한 방향성 탓에 설득력이 모자라는 부분을 보완했다.
논점을 차지하는 가장 큰 요소는 역시 가사다. 의도적으로 청자를 놀려먹기 위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섹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외설적이기 짝이 없다. 스토리텔링으로 본인의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Congratulations”부터 직접적인 묘사가 주를 이루는 “Skin”, 일차원적인 은유법으로 도배된 “Cinderella”, 그리고 애인과 심리 싸움을 주제로 풀어낸 “Planet God Damn”까지, 같은 주제 아래 다양한 방식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워드플레이 역시 많은 부분 유치할 뿐만 아니라 실없게 다가온다. 그런데 적어도 이 앨범에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아니다. 직설적으로 쓰인 가사와 잘 맞는 데다가 마디를 더할수록 마치 애간장이 탄 남자가 끊임없이 상대방을 조르는 느낌의 오묘하고도 간지러운 텐션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농염한 가사를 보조하는 것은 프로덕션의 몫이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재지한 바이브와 담백함에 기반을 둔 언플러그드 사운드가 지배적이다. 그랜드 피아노와 스트링 연주, 그리고 빌랄(Bilal)의 아웃트로가 인상적인 “Congratulations”와 트럼펫으로 중심을 잡고 발칙한 마무리를 선보인 “Stay”가 대표적인 예다. “Cinderella” 역시 주목할만한 트랙이다. 도쿄 폴리스 클럽(Tokyo Police Club)의 곡 “Tessellate”의 키보드 리프를 샘플링한 후 전자 베이스를 더해 슬로우잼 트랙으로 탈바꿈됐으며, 감정전달을 중점으로 발현된 타이 달라 싸인(Ty Dolla $ign)의 후렴도 긍정적으로 귀결되었다.
앨범의 중후반부로 갈수록 다양한 사운드가 등장한다. “Planet God Damn”에서는 처음으로 트랩 드럼이 등장하고, 댐 펑크(Dam-Funk)의 후반부 신스 운용이 돋보이는 “Soulmate”는 그 특유의 펑키함으로 앨범의 나른함을 환기한다. 더불어 라이브 드럼과 전자음을 적절히 섞어낸 “God Is Fair, Sexy Nasty” 역시 인상적인 감흥을 선사하는 훌륭한 마무리다.
밀러의 보컬이 늘어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랩 대신 노래를 지향한 것으로 보이고, 물론 이는 충분히 근거 있는 선택이었다. 앨범 특성상 그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는 보컬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는 좋은 발성이나 가창력을 갖춘 랩퍼가 아니기에 그 의도가 성공적으로 귀결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그에 반해 앨범에 참여한 보컬리스트들은 확실히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The Divine Feminine]은 맥 밀러의 정규작 중 두 번째로 색채가 짙은 앨범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맥 밀러식 19금 앨범이 탄생했고,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와 시기적절하게 공식적으로 연인임을 선언하며, 그 관계를 앨범의 한 장치로써 이용한 느낌마저 든다. 다만, 본작의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은 철저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풀어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곡에 삽입한 내레이션을 통해 아름답게 마무리를 지었음에도, 결국엔 태초적이고 본능적인 갈망만이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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